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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과 기억의 심리학심리학 2024. 4. 11. 18:32
목격자에 의한 잘못된 신원 확인은 잘못된 평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DNA나 지문과 같은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목격자 확인에 대한 정확성 판단은 더욱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목격자의 잘못된 확인이 틀린 선고의 요인 중 75%를 차지하고 유죄로 잘못 선고된 사람 중 새로운 DNA 증거에 의해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목격 확인 절차에 대한 정책을 수정하는 등 잘못된 신원 확인 가능성을 최소화하여 억울하게 유죄 선고를 받는 사람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인간의 기억
인간의 기억은 부호화된 불완전한 정보들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사건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활용된다. 활용되는 정보에는 증인의 지식, 기대 그리고 가정이 포함된다. 기억할 때 우리는 사건 후 정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사건 후 정보란 증인이 관련된 사고가 일어난 후에 획득한 정보를 말하며, 사건 후 정보는 증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창조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암시와 편견에 취약하다. 목격자들은 대게 특정 장소와 시간 즉 하나의 일화에서 본 것들을 기억해 내는 요청을 받는다. 이때 다양한 사건으로부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기억의 기원을 잘못 인식할 수 있는데, 이를 원천 귀인의 오류라고 한다.
정보의 부호화는 관련된 것에 대한 주의와 인지적 처리 정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차를 본 2명의 목격자 중 한 명은 밤색 차였다고 말한다. 이 증인은 낮은 수준의 정보만을 처리하고 있어 기억 인출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다. 반면에 다른 목격자는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타고 나왔던 밤색 A 차량이었다고 말한다. 이 증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연관시켜 더 깊이 있게 정보를 처리하였으므로 인출 실패에 더 저항적일 수 있다.
또한 기억 인출의 성공은 인출할 때 사용한 단서와 기억에 저장된 단서의 중첩과 관련이 있다. 다음 두 질문을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작년 10월 23일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와 '작년 어머니 생신날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첫 번째 질문과 같이 날짜를 제공하는 것은 기억을 인출하는 데 좋은 단서가 아니다. 반면 어머니 생신과 같은 특별한 사건은 상대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전에 회상된 기억의 재료는 연속적으로 회상될 가능성이 높지만, 회상되지 못한 재료는 반복 회상되기 어렵다고 한다. 이 효과는 인출 유도 망각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 회상은 확신을 부적절하게 높여 옳은 기억이든 틀린 기억이든 확신을 높인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사건에 대한 회상 시 외현 기억과 내현 기억을 구분해서 말한다. 내현 기억은 어떤 사람이 기억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할 때, 예를 들어 일상생활 사건의 디테일을 채우는 데 사용되는 기억이다.
목격자의 신원 확인
신원 확인 절차의 목적은 증인이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임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증인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신원 확인 중 가장 간단한 것은 증인 사진을 보고 범인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절차를 미국에서는 '보여주기', 영국에서는 '직면'이라고 부른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증인이 법정에서 제시된 범인을 확인하는 '피고석 확인'이라는 비슷한 절차가 있다. 이 절차의 문제점은 증인이 신원확인을 제대로 하는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한 절차가 '줄 세우기'이다. 줄 세우기는 용의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는지 증인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용의자 신원 확인을 하는 목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체계 변인과 추정 변인이 있다. 체계 변인은 형사 사법 체계의 통제하에서 목격자 기억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신원 확인 방법, 신원 제시 양식, 증인에 대한 피드백 등이 있다. 추정 변인은 형사 사법 체계의 통제하에 있지 않으면서 목격자 기억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목격 시간, 범인의 외모 특징, 무기의 존재, 범인의 수, 증인의 스트레스 상황, 증인의 나이 등이 있다.
각 변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추정 변인 중 무기와 관련하여 무기 초점 현상이 있다. 무기 초점 현상이란 무기로 위협받는 희생자는 무기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에 그 장면의 다른 측면이나 범인의 얼굴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목격자가 칼이나 총과 같은 무기에 대한 진술은 가능하지만 범인의 얼굴에 대한 정확도는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와 다르게 무기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주의를 끄는 것이 아니라 증인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문을 받은 사람은 낮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문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표적 인물을 확인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졌다.
체계 변인의 하나인 줄 세우기 방법 중 맹목 실시를 예로 들 수 있다. 맹목 실시는 줄 세우기 실시자와 증인 모두 누가 용의자인지 모르는 상태로 줄 세우기를 하는 방법이다. 실시자와 증인 모두 모른다는 의미에서 이중 맹목이라고도 부른다. 실시자가 용의자를 아는 경우, 용의자가 차례에 증인을 바라보는 등 증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인을 유도하는 모든 가능성을 제거하고 신원 확인 증거의 정확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잠재적인 편향에 대한 불평도 사전에 반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증인의 기억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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